금값이 미친 듯이 오르던 날, 종로 골드로드의 하루

금값이 미친 듯이 오르던 날, 종로 골드로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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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미친 듯이 오르던 날, 종로 골드로드의 어느 사장님

금값이 치솟던 어느 겨울, 종로 귀금속 거리 한가운데에서 한 사장님은 웃고 있었고, 동시에 마음 한편이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가상 인물 스토리 금값 급등과 시장의 속마음 소상공인 사장님의 하루
금값 급등 차트와 금괴가 함께 놓인 어두운 작업대 풍경
금 시세가 화면 가득 빨간 선으로 치솟는 날, 작은 금방의 사장님 마음도 함께 요동쳤다.
배경︱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 겨울 주인공︱14년 차 금방 사장 김도현 키워드︱금값 급등, 상인, 투자, 진짜 마음

아침 공기는 차가웠지만, 종로 귀금속 거리는 유난히 뜨거웠다. 문을 열기도 전에 샵 앞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거리 풍경이 어쩐지 분주해 보였다. 사장 김도현은 셔터를 올리기 전에 스마트폰을 먼저 켰다. 화면 속 금 시세 그래프는 밤사이 또 한 번 가파르게 치솟아 있었다.

도현은 잠깐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숫자만 보면 웃음이 나와야 하는데,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금값이 오르면 금방 사장님이 무조건 좋아할 거라고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셔터를 다 올리고 매장 안 불을 켜자 유리 진열장 속 금목걸이와 반지들이 하얀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어제 밤 늦게 정리한 판매 장부가 카운터 한쪽에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금 시세가 적힌 낙서 같은 메모지가 몇 장 나뒹굴었다.

“오늘도 바쁘겠네.”

그가 혼잣말을 내뱉자 매장 안의 정적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도현은 계산대 뒤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증권사 프로그램을 열었다. 차트에는 새벽 시간대에 찍힌 긴 양봉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숫자는 분명히 좋은데, 화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쩐지 불안했다.

금값이 오른다는 건 누군가의 불안, 누군가의 공포, 누군가의 걱정이 쌓였다는 뜻이기도 했다. 도현은 그 공포를 매일 금으로 바꿔 받아 주는 셈이었다.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자 첫 손님이 들어왔다. 중년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남자는 휴대폰 화면을 들고 들어오면서 문을 열자마자 말했다.

“사장님, 뉴스 보셨죠? 금이 또 올랐다는데, 지금이라도 좀 사두는 게 나을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멍하니 차트를 보고 있던 도현은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자신의 걱정보다는 손님의 걱정이 우선이었다.

“예, 요즘 시세 많이 올라서 다들 물어보세요. 언제 처음 금 관심 가지셨어요?”

부부는 서로를 한번 바라보더니,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잘 모르는데요. 그냥… 요즘 뉴스만 틀면 금, 금 하잖아요. 원화도 불안하다 그러고, 주식도 영 자신이 없고… 그래도 금은 손에 잡히니까 조금이라도 사두면 마음이 좀 편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 말에 도현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손님들이 늘어날수록 매출은 올라가겠지만, 그만큼 세상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진열장 안 금반지를 꺼내 손님이 만져볼 수 있게 조심스럽게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시면 금은 큰 리스크 없이 자산을 지키는 데 좋은 편입니다. 다만 요즘처럼 이미 많이 오른 시기에는, 너무 무리해서 한 번에 큰 금액 넣기보다는 여유 자금으로 나눠서 들어가시는 게 덜 부담되실 거예요.”

남편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산기를 집어 들고 자기 통장의 남은 잔액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듯했다. 도현은 고객이 생각할 시간을 주며 매장 안 공기를 일부러 조금 느리게 흘러가게 놔두었다.

잠시 후 부부는 결정을 내렸다. 결혼기념일도 다가오니 아내 명의로 작은 골드바 하나, 반지 하나를 사두겠다고 했다. 카드 결제가 끝나고 영수증이 인쇄되는 동안, 아내는 반짝이는 금반지를 손가락에 끼워보며 조심스레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설렘과 함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손님이 나가고 문이 다시 닫히자, 매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금고 안에 들어온 새 골드바의 무게는 그대로였지만, 도현의 마음은 조금 더 무거워졌다. 그는 방금 전 부부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혹시 너무 높은 가격에 들어와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 걱정이 상인으로서의 기쁨을 계속 갉아먹었다.

금값 급등기에는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만, 그만큼 불안한 눈빛이 매장 안을 가득 채운다. 도현은 그 시선을 매일 마주 봐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래 거래해 온 단골들은 금을 통해 느끼는 작은 안정감을 소중히 여겼다. 그 안정감이 이 작은 가게를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기도 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이번에는 낯익은 얼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20대 때부터 거래해 온 단골 손님, 동네 소규모 공방에서 은반지를 만들던 정우였다. 예전에는 웃으면서 장난을 많이 치던 청년이었는데, 오늘은 얼굴이 조금 굳어 보였다.

“형, 오늘도 시세 미쳤네요.”

그가 인사 대신 내뱉은 첫 마디였다. 도현은 얕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도 난리야. 너 공방 쪽은 괜찮냐?”

정우는 카운터 앞 스툴에 앉아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에는 부러진 목걸이 체인과 사용하지 않는 금 조각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사실 좀 버거워요. 재료값이 너무 올라서 새 제품 내기도 부담이 되고, 손님들은 또 가격 올리면 바로 반응이 오거든요. 그래서 그냥 집에 있던 오래된 금이라도 정리해서 재료비 조금이라도 보태려고요.”

그 말에 도현은 봉투 안 금 조각들을 살펴보며 무게를 재기 시작했다. 저울 위 숫자가 하나씩 올라갔다. 시세가 높아서 매입가는 확실히 좋았지만, 정우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도현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금값이 오르면 누군가는 금을 사러 오고, 누군가는 금을 팔러 온다. 한쪽의 안심이 다른 쪽의 생존에서 나오는 것 같을 때, 도현은 이 작은 가게가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창처럼 느껴졌다.

무게를 재고 시세에 맞춰 매입가를 계산한 뒤, 도현은 일부러 수수료를 조금 덜 붙였다. 정우는 영수증을 받아 보더니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형, 이거 수수료 너무 적게 받는 거 아니에요? 요즘 힘든 거 아는데…”

“괜찮다. 너도 재료값 오르는 거 버티느라 힘들잖아. 나도 오래 버텨서 지금까지 온 거고, 너도 버티다 보면 또 기회가 온다.”

정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가볍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형, 금값 많이 올랐다고 형이 진짜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표정 보니까 그냥… 복잡하네요.”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조금 찔리는 말이기도 했다. 도현은 솔직하게 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장사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지. 매입도 많고, 판매도 늘고. 근데 말이야, 금값이 이렇게까지 오를 때는 꼭 세상이 뒤숭숭하더라. 환율이 흔들리거나, 뉴스에서 전쟁 얘기가 나오거나, 경기가 확 식어 버리거나. 그런 거 생각하면… 마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지.”

정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 사이에는 잠깐 말 없는 시간이 흘렀다. 매장 유리천장 사이로 겨울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와 두 사람의 어깨를 비추고 있었다.

오후가 깊어질수록 가게 문은 자주 열렸다. 어떤 손님은 돌잔치를 앞두고 아기 돌반지를 맞추러 왔고, 어떤 손님은 부모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목걸이를 알아보러 왔다. 또 어떤 이들은 뉴스에서 본 불안한 세계 정세를 이야기하며, 조금이라도 달러 대신 금으로 옮겨 두고 싶다고 했다.

도현은 그런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마치 상담사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사람마다 금을 찾는 이유가 달랐다. 어떤 이는 사랑을, 어떤 이는 추억을, 어떤 이는 불안을, 또 어떤 이는 희망을 금으로 바꾸고 싶어 했다.

해가 기울 무렵,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매장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왔다. 허리가 약간 굽어 있었고, 손에는 오래된 파우치가 꼭 쥐어져 있었다.

“여기 들어와도 되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또렷했다. 도현은 반갑게 맞으며 의자를 권했다.

“그럼요, 어르신. 편하게 앉으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노인은 잠시 숨을 골라 앉은 뒤, 파우치를 천천히 열었다. 그 안에는 낡은 황금빛 목걸이와 반지들이 들어 있었다. 80년대 유행하던 굵직한 디자인이었다.

“이거…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맞춘 건데요. 요즘 뉴스 보니까 금이 많이 올랐다 해서, 집에서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아내가 떠난 지 오래라, 솔직히 제가 끼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장롱 속에만 있으니 그냥 빛을 못 보더군요.”

노인은 목걸이를 쓰다듬듯이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까지 우리 집 지키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서요. 자식들한테 손 벌리기는 싫고, 병원비도 있고… 그러다 보니 용기를 냈습니다. 너무 싸게는 팔고 싶지 않은데, 요즘 시세대로라면 그래도 괜찮겠지요.”

도현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노인이 보는 앞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목걸이와 반지를 저울 위에 올렸다. 금속이 저울판 위에 가볍게 안착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손에서 떨어져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세를 계산하고 노인에게 금액을 보여주자, 노인의 눈이 둥글게 커졌다.

“세상에, 이렇게나 되나요. 그때는 물론 이게 큰돈이었지만, 이만큼 오를 줄은…”

놀람과 안도, 그리고 묘한 슬픔이 동시에 섞인 표정이었다. 노인은 한참을 숫자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하늘에서 보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제 그만 나 가지고 걱정 말고, 당신 몸이나 챙기라’고 할 겁니다. 오늘 이 정도 가격이라면, 저도 마음이 덜 아프겠네요.”

도현은 계산을 마친 뒤, 노인에게 현금을 건넸다. 노인의 손은 떨렸지만, 그 떨림 안에는 묵은 짐을 조금 덜어낸 사람만의 안도가 배어 있었다.

문밖으로 나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도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금값이 조금만 낮았어도, 이 금들은 여전히 장롱 속에서 잠들어 있었을까. 아니면, 노인은 다른 선택을 했을까. 높은 시세 덕분에 노인의 마지막 노후 자금이 채워진 셈이라고 생각하니, 금값 상승이 조금은 고마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대가로 지불한 것 같기도 했다.

외부 하늘이 어둑해지고, 매장 안 조명을 조금 더 밝게 올리자, 유리 진열장 속 금빛이 더 짙어졌다. 거리에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고, 종로 골목 사이로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흘러갔다.

도현은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오늘 하루 매입·판매 내역을 정리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아주 좋은 날이었다. 장부 숫자는 확실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그 숫자만큼 환하게 웃지는 못했다.

컴퓨터 화면 한쪽에는 여전히 금 시세 차트가 떠 있었다. 빨간색 선은 여전히 높은 곳을 기고 있었고, 해설 기사들은 온갖 이유를 붙여가며 앞으로 더 오를지, 아니면 조정을 받을지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었다.

도현은 모니터 가운데 떠 있는 큰 숫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마우스를 움직여 차트를 최소화했다. 그 숫자에 마음이 너무 흔들리는 것이 싫었다.

“금값이 많이 올랐는데, 사장님은 좋겠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도현은 적당히 웃으며 대답했다.

“뭐,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죠.”

하지만 속마음은 늘 조금 달랐다.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더 불안해졌다는 말과도 같았다. 사람들이 은행 잔고 대신, 창고 안 골드바를 더 믿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미래를 확신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찾는다. 금은 그 역할을 너무 잘했다.

불안 속에서 태어난 매출을 보며 완전히 기뻐하는 것은, 도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이 골목을 지켜온 지난 14년을 떠올렸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만 해도, 그는 단순히 금이라는 금속이 예뻐 보였고, 손님의 기념일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이 일이 좋았다. 프로포즈 반지를 고르며 떨리는 손을 한 번씩 잡아 주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기념날을 함께 기뻐해주는 일은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손님들의 대화에는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 환율, 전쟁 뉴스가 더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금반지 위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가 얇게 깔리는 것 같았다.

“금방 사장님들은 금값 오르면 좋아하겠지”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장사꾼으로서의 그는 매출이 오르면 안심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서, 또 오랫동안 이 골목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는 요즘 같은 금값 상승이 오래가길 바라지는 않았다.

저녁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거리는 한층 조용해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리 진열장 상태를 확인하고, 문을 잠그기 전에 매장 안 불을 하나씩 껐다. 마지막 조명이 꺼지자, 유리 안에 가득히 쏟아지던 금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셔터를 내리고 나와 종로 밤거리를 걸으면서도, 도현의 머릿속에는 낮에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투자 타이밍을 고민하던 부부, 재료비를 마련하려던 젊은 공방 사장, 아내의 반지를 마지막 노후 자금으로 바꾸던 노인까지.

그들에게 금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과 마음이 응축된 조각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오늘의 금값이었다.

길을 걷다 문득 도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심의 네온사인 사이로 겨우 드러난 겨울 하늘에는 별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찬 공기가 얼굴을 스치며 정신을 맑게 해 주었다.

그는 속으로 천천히 중얼거렸다.

“금값이 많이 올랐는데, 나는 정말 좋은가.”

완전히 그렇지도, 완전히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어딘가, 애매한 경계선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매출과 양심, 장사와 불안, 실제 금값과 사람들의 마음값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마다, 그는 그 둘 사이를 조용히 조율해야 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는 아이들이 숙제를 하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따뜻한 국 냄새가 났다. 아내는 그의 얼굴을 보더니 물었다.

“오늘도 손님 많았어?”

도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솔직하면서도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말을 골랐다.

“응, 요즘 금값 올라서 그런지 손님은 많았어. 그래도 너무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세상이 조금 시끄러워진 느낌이랄까.”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도 당신은 잘 버틸 거야. 사람들이 불안할수록,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잖아. 당신 가게에 오는 사람들은 금이 아니라, 당신이 하는 말을 같이 사 가는 걸 거야.”

그 말에 도현은 비로소 오늘 하루 동안 마음속 어딘가에 걸려 있던 작은 돌멩이가 조금 굴러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금 시세 차트가 아닌, 사람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그날 밤, 그는 잠들기 전에 다시 한번 뉴스를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서로 다른 예측을 내놓고 있었다. 어떤 이는 금값이 더 오를 거라 했고, 어떤 이는 곧 조정이 올 거라 했다. 하지만 도현은 그 말들보다, 오늘 가게를 다녀간 사람들의 표정이 더 선명했다.

금값이 많이 오른 시대, 종로 귀금속 거리 한가운데에서, 김도현은 매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리고 아직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내일도 셔터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게 어쩌면, 이 도시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수많은 사장님들의 진짜 마음일지도 몰랐다. 금값이 오르면 어느 정도는 기쁘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된 마음. 장사가 잘 되길 바라면서도, 세상이 너무 불안해지지만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다음 날 아침, 종로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김도현은 다시 셔터를 올리며 속으로 중얼릴 것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불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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