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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로 테무 새벽배송이 온 도시를 흔들던 밤 택배 현장에 있는 한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새벽배송 논란, 그리고 그 속에서 뒤늦게 깨어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테무 #새벽배송논란 #택배기사이야기 #플랫폼전쟁 “알람 안 맞춰도 돼. 테무에서 시키면 새벽에 온다던데?” 어느 겨울 저녁, 서울 변두리의 작은 빌라 거실에서 지연은 농담처럼 말하고 곧바로 스마트폰 화면을 넘겼다. 화면 안에는 형형색색의 상품 썸네일과 믿기 힘든 가격, 그리고 눈에 확 들어오는 한 줄이 있었다. 오늘 23시 59분 이전 주문 시, 내일 새벽 도착. 옆에서 라면을 먹던 남편 민수는 젓가락을 멈추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몇 년째 플랫폼 개발자로 일하다가 최근 구조조정에 휘말려 계약직으로 전환된 그는, 숫자와 구조에는 빠삭했지만 변화의 속도에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새벽배송? 저 가격에? 저 배송비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물류 네트워크와 인건비, 창고 운영 비용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의외로 단순했다. “와, 진짜 싸다. 근데… 저걸 누가 배송하지?” 그 시각, 도심 외곽의 물류센터에서 준호는 바코드 스캐너를 쥔 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손등을 타고 흐르는 땀은 차가웠지만, 숨결은 뜨거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동네 마트의 배송 기사였다. 점장은 친근했고, 단골 손님들의 안부를 물으며 일하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대형 플랫폼과 가격 경쟁에서 밀린 동네 마트는 문을 닫았고, 그는 더 큰 물류회사로 옮겼다가, 다시 최근 들어 외국계 플랫폼과 계약한 배송 대행 업체로 옮겨왔다. “오늘 테무 물량 또 늘었대.” 동료 기사가 툭 던진 말에 준호는 고개를 돌렸다. 파란색, 주황색, 초록색, 그리고 이제는 생소...

마약을 판매하려다 인생을 망쳐버린 베트남 청년

한국에서 마약을 판매하려다 인생을 망쳐버린 베트남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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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마약을 판매하려다 인생을 망쳐버린 베트남 청년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국경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에 대한 경고 기록.

허구 기반 경고 서사 마약 범죄 미화 없음 청소년·청년 보호 이야기
서울의 밤거리와 홀로 서 있는 청년의 실루엣
낯선 도시의 눈부신 조명 뒤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직접적으로 재현하지 않은 허구이다. 다만, 내용이 다루는 주제는 현실에서 이미 수많은 청년의 삶을 망가뜨린 위험한 범죄이며, 어떤 형태로도 마약과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마약은 개인의 건강과 정신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무너뜨리는 범죄이다. 한국에서는 소지·투약·판매·유통 모두 중대한 범죄로 취급되며, 특히 외국인이 연루될 경우 강한 형사 처벌과 함께 추방, 재입국 금지 등 삶 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

“한 번쯤은 괜찮겠지”

“돈만 벌고 빠지면 되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이 글은 누군가를 겁주기 위한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미리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경고이다.

린은 베트남 남부의 작은 도시에서 자랐다. 폭우가 쏟아지는 우기에도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다녀야 했고, 건기에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가족의 작은 노점 일을 도왔다. 아버지는 오래전 공장에서 다친 다리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했고, 어머니는 하루에 여러 일을 전전하며 집안을 지탱했다. 집 안에는 늘

“오늘은 얼마나 벌었냐”

는 말과

“이번 달에는 어떻게 버티냐”

는 한숨이 함께 떠다녔다.

린은 어릴 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자랐다. 화면 속 서울은 언제나 반짝였고, 사람들은 세련된 옷을 입고 카페에서 웃으며 이야기했다. 야근을 해도, 힘들어도, 결국에는 모두가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 결말이 찾아왔다. 그 세계는 그에게 너무도 멀지만, 동시에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에게 한국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줄

“어딘가 좋은 곳”

이었다. 베트남 현지 학원이 내세우는

“한국 취업 연수”

광고도 그런 환상을 부추겼다. 번듯한 기숙사 사진과 웃고 있는 연수생들의 사진이 빼곡했고, “월급 200만 원 이상 보장”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그는 방학마다 그 광고를 가만히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만 그 문장을 따라 읽곤 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린은 결국 결심했다. 집에서 가장 아끼던 낡은 텔레비전을 팔고, 어머니가 비상금이라며 숨겨 두었던 작은 봉투까지 꺼내어 학원비와 비자를 준비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아들의 눈 속에 번지는 간절함을 보며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한국 가서 꼭 사람답게 살아봐라.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쁜 일에는 손대지 마라.”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당부였지만, 그때의 린은 그 말을 모서리 둥근 당연한 걱정 정도로만 흘려들었다.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공항의 공기는 조금 차갑고 맑았다. 그는 긴장한 채로 짐을 끌고 나와, 학원에서 보낸 픽업 차량을 어렵게 찾았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 헤드폰으로 들리던 베트남 팝송, 낯선 도로 표지판까지 모든 것이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삶도 이제 조금은 반짝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금세 그의 상상을 깨뜨렸다. 학원 기숙사는 광고에서 보았던 것보다 오래되고 답답했으며, 약속했던 ‘알바 연계’는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그는 배달 아르바이트마저 안정적으로 구하지 못했다.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나면서, 어머니에게 보내야 할 돈은 점점 쌓여만 갔고, 불안은 그의 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가난은 때때로 도둑보다 더 조용하고 집요하게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선택지가 눈앞에서 하나씩 지워질 때, 남은 것은 대부분 위험한 길뿐이다. 그리고 그 위험은 항상 “빨리, 많이, 쉽게”라는 달콤한 말과 함께 다가온다.

린이 그 메시지를 처음 받은 날도 그랬다. 기숙사 방에서 값싼 컵라면을 먹으며 중고 커뮤니티를 뒤적이던 늦은 밤, SNS로 낯선 계정 하나가 메시지를 보냈다. 짧고 애매한 한국어로 적힌 문장이었다.

“고수익 단기알바, 힘 안 쓰고 안전함, 비밀보장.”

그는 처음에 스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정에는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섞인 후기와, 돈다발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동포 도와준다”

는 말을 내세운 그 계정의 운영자는 자신을 “형”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어도 제법 능숙했다. 그는 린의 이름과 출신 도시를 물어보고, 고향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풀었다. 그 대화는 며칠에 걸쳐 이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궁금해서,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든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마지막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대화를 이어갔다.

“그냥 물건만 전달해 주면 돼. 위험한 거 아니야. 너한테는 아무것도 안 남아. 현금만 받을 뿐이야.”

“무슨 물건인데요?”

“그냥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마. 너 같은 친구들 많이 도와줬어. 다들 돈 벌고 고향 돌아갔어.”

린은 그때 이미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모른 척하고 싶어 한다. 위험에 발을 들일 때, 인간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능숙해진다.

며칠 동안 그는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화면 너머의 ‘형’은 계속해서 달콤한 조건을 내걸었다.

“한 번만 해. 그럼 너 빚 다 갚을 수 있어.”

“다들 아무 문제 없이 했어.”

“너 안 하면 다른 애한테 넘긴다.”

라는 말들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기숙사 방 천장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을 멍하니 보며, 그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한 번만 하고 끝내자. 한 번만. 진짜로.”

첫 일은 생각보다 단순해 보였다. 그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가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조그만 패키지를 받아 다른 장소에 두고 오기만 하면 됐다. 중간에 만나는 사람도 없었고, 대화도 필요 없었다. 그는 그 일을 “택배 상자를 옮기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정의했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상자조차 보지 않는 구조였다.

그렇게 몇 번의 전달이 이어졌다. 그는 점점 더 거액의 현금을 짧은 시간 안에 손에 쥐게 되었다. 처음 받은 돈은 손이 떨릴 정도로 컸다. 어머니에게 송금하고 남은 금액을 세어보며, 그는 알 수 없는 안도감과 동시에 설명하기 힘든 불안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추운 새벽 길거리에서 자신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때마다 조용히 자라났다.

서울의 밤거리는 생각보다 더 화려했지만, 그 화려함은 린에게 점점 더 낯설게 느껴졌다. 네온사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고, 그는 그들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알바를 마치고 술집에서 웃으며 나오는 또래들을 보면서도, 그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처럼 느꼈다.

어두운 골목과 젖은 바닥에 비친 네온사인
비에 젖은 골목 바닥에는 네온사인이 번져 있었고, 그 위로 그의 발걸음이 조용히 미끄러지고 있었다.

어느 날, ‘형’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이제는 단순 전달이 아니라, 조금 더 “중요한 일”을 맡겨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일을 해온 만큼, 더 큰 신뢰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보수는 지금까지의 몇 배였다. 마치 게임에서 한 단계 레벨을 올리는 것처럼, 그는 자신이 “선택받았다”고 착각했다.

“이번 건만 제대로 하면, 너 한국에서 자리도 잡을 수 있어. 나도 도와줄게. 지금까지 한 거, 아무도 몰라. 걱정하지 마.”

그 말은 달콤했지만, 동시에 너무나 위험한 냄새가 났다. 린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새벽 네 시, 기숙사 창문 밖으로 보이는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 켜진 메시지창은 그의 눈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또다시 같은 말을 되뇌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이번만 하고, 더는 안 한다.”

새로운 일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린은 정해진 시간에 번화가 근처 호텔 로비로 가서, 지정된 사람과 짧은 확인 문장을 주고받은 뒤, 배낭 하나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 배낭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여행 가방이었지만, 안에는 이미 누군가가 숨겨 둔 불법 약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가방을 다른 구역의 코인 락커에 보관하면, 그 대가로 거액의 현금을 받게 되는 구조였다.

그는 호텔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각자 휴대폰 화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어폰 너머로 작은 음악 소리를 흘려보냈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만 같았다. 손가락 끝이 얼어붙은 듯 떨렸다.

호텔 로비는 따뜻하고 조용했다. 천장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카페 구역에서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는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로비 소파에 앉았다. 두 손은 무릎 위에서 서로를 꽉 잡고 있었다. “이름이 뭐냐” 같은 간단한 대화조차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았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로비로 들어왔다. 남자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본 뒤, 린에게 다가와 작게 중얼거렸다.

“여기, 조용하네요.”

린은 미리 지시받았던 답을 겨우 입 밖으로 내뱉었다.

“네, 밖은 추운데 여긴 따뜻해서 좋아요.”

그 짧은 문장을 나누자,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배낭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배낭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린은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그 몇 분이 수십 분처럼 느껴졌다.

거리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그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횡단보도 신호등의 빨간 사람이 초록빛으로 바뀌는 순간마다 심장이 한 번씩 내려앉는 것 같았다.

“뛰지 마라, 평소처럼 걸어라.”

라는 ‘형’의 당부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코인 락커가 있는 역에 도착했을 때, 그의 머릿속은 이미 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는 손에 쥔 쪽지를 꺼내 락커 번호를 확인했다. 주변에는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 짐을 끌고 이동하는 여행객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 평범한 일상의 한가운데서, 린은 자신이 전혀 다른 세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꼈다.

그가 락커 앞에 서서 번호를 다시 확인하려던 순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잠깐, 여기서 뭐 하고 있습니까?”

순간 시간 전체가 멈춘 것 같았다. 린은 얼어붙은 채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눈앞에는 평범한 옷을 입었지만 눈빛이 날카로운 남성이 서 있었다. 그는 재빠르게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짧게 자신을 소개했다. 단어들은 린의 귀에 희미하게만 들렸다. 경찰, 수사, 확인, 동행. 그 중 어느 것도 도망칠 틈을 허락하지 않는 단어들이었다.

사람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작은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딜 때 비로소 모든 것이 무너진다. 린이 락커 앞에 서 있던 그 순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결과였다.

린은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경찰서에서 그의 휴대폰은 압수되었고, 메신저 대화 내역, 입출금 기록, 이동 경로까지 하나하나 조사되었다. 그가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반복해도, 이미 그가 저지른 행위 자체가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첫 조사에서 그는 한국어가 잘 알아듣지 못해 떨리는 목소리로 단어들을 붙잡았다. 옆에 앉은 통역사가 그의 말을 베트남어로 풀어 전달해 주었지만, 그 통역된 말들은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또렷한 문장으로 다시 정리되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당신은 불법 약물을 보관 및 운반했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습니다. 맞습니까?”

“저는… 저는 그냥 가방만 옮겼어요. 안에 뭐가 있는지 몰랐어요. 그냥…”

“정말 전혀 몰랐습니까? 메시지 내용, 금액, 주고받은 대화들, 전부 확인했습니다.”

린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그는 스스로도 알았다. 사실을 모른 척한 것은 그가 아니라, 알고 싶지 않았던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더 이상 도망칠 수 있는 말은 남아 있지 않았다.

법은 “몰랐다”는 변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눈을 감았던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모른 척한 시간은 결국 책임으로 돌아온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린이 속한 조직의 일부가 하나둘 드러났다. 계정들을 관리하던 사람들, 중간에서 돈을 세탁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윗선에서 모든 구조를 설계한 사람들까지. 그는 그 구조에서 가장 아래쪽에 서 있는 말단이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다뤄지는 것은 계급이 아니라 행위였다. 구조의 맨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이 죄를 지우지는 못했다.

구치소에 수감된 첫날 밤, 린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낯선 이들과 같은 방에 있으면서도, 그는 삶에서 가장 깊은 고독을 느꼈다. 누군가는 코를 골며 자고 있었고, 누군가는 담요를 뒤집어쓴 채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들의 삶이 어떤 이유로 이곳에 흘러들어왔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만이 분명했다.

며칠 후, 그는 변호사와 마주 앉았다. 변호사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했고, 곁에 앉은 통역사가 베트남어로 옮겼다. 예상되는 형량, 외국인 범죄에 대한 엄격한 기준, 추방과 재입국 금지 가능성 등. 하나하나의 단어가 그의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지금이라도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습니다. 당신이 처한 상황이 가벼워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게 해야 합니다.”

그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전혀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떤 말로 사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작은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좁은 방
좁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희미했지만, 그 희미한 빛조차 이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재판은 몇 달에 걸쳐 진행되었다. 법정 안에서 린은 피고인석에 앉아 판사와 검사, 변호사, 통역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날도 법정에는 냉정한 공기가 떠돌았다. 검사 측은 조직적인 범죄 구조,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 한국 사회에서 마약 범죄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그의 존재는 그 거대한 논리 구조 안에서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

변호사는 그의 나이, 경제적 상황, 조직 내에서의 위치, 그리고 일정 부분 협조한 점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판사의 눈빛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은 사건이 이 법정을 거쳐 지나갔다.

“어린 나이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

는 사연은 이곳에서 더 이상 특별한 변명이 되지 못했다.

판결이 내려지던 날, 린은 손이 떨리는 것을 애써 숨기려 했다. 통역사가 옆에서 판결문을 베트남어로 옮기기 시작했을 때, 그는 단어들을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그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몇 년이라는 숫자가 그의 삶에서 통째로 지워지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맡았던 공기의 냄새를 떠올렸다. 조금 차갑고 맑았던 그 공기, 반짝이던 도시의 불빛,

“이제는 나도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거야”

라고 속으로 다짐했던 그날. 모든 것이 너무도 멀어져 있었다.

최종 판결 이후, 린은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점호 시간, 정해진 시간에만 나갈 수 있는 운동장, 같은 식판에 담겨 나오는 반복되는 식사.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흘러갔지만, 동시에 그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마음속을 채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큰 감정은 후회와 죄책감이 되었다.

어느 날, 그는 교도소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수업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가는 것이 괴로워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교재를 펼치고 문장을 따라 읽다 보니, 그는 자신이 여전히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묘한安堵를 느꼈다. 그것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는 교재의 예문을 읽다가 문득 멈춰섰다.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진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조용히 입으로 따라 읽었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 문장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강하게 두드렸다.

수업이 끝난 뒤, 교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서 나가면, 뭐 하고 싶어요?”

린은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할 수 없게 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새 집을 사드리고, 동생들 학비를 대주겠다는 꿈은 이미 너무 멀리 떠나가 버렸다.

잠시 침묵 끝에, 그는 조용히 말했다.

“먼저… 엄마한테 제대로 말하고 싶어요. 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얼마나 잘못했는지,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는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싶어요.”

진정한 후회는 “내가 왜 잡혔을까”가 아니라, “내가 왜 그 선택을 했을까”를 묻는 데서 시작된다. 린은 늦게나마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몇 년 후, 린은 결국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하지만 자유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는 바로 출입국 관리소로 인계되어 강제 출국 절차를 밟게 되었다. 더 이상 한국 땅을 밟을 수 없다는 통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자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그는 처음 한국에 왔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의 공기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오늘의 공기는 쓰디쓴 후회로 가득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이제 그 빛은 더 이상 설렘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에게서 영원히 닿지 않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그는 작은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서툰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섞인 문장이었다.

“나는 내 선택 때문에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다. 나 자신도, 가족도, 이 나라의 사람들도. 다시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겠다.”

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쓰면서,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과 저 먼 지평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해서 항상 따뜻한 것은 아니다. 어떤 귀향은, 다시 처음부터 벌을 사는 것과 같았다.

고향 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월이 지나 더 작아진 것처럼 보이는 어머니의 어깨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보냈는지 말해주는 듯했다. 린은 한동안 그 앞에 서기조차 어려웠다. 어머니의 눈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결국 그는 천천히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어머니 앞에 서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에게, 어머니는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맙다.”

그 말은 어느 꾸짖음보다 더 아프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어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이 망가뜨린 것은 단지 자신의 인생만이 아니라, 어머니의 시간과 마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린에게 붙은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속삭이는 소문, 누군가의 휴대폰 화면에 떠도는 기사들. 그는 그 모든 것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도망치는 대신 마주하기로 했다. 과거를 지울 수 없다면, 최소한 앞으로의 삶을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마약을 판매하려다 인생을 망쳐버린 한 베트남 청년의 삶에 대한 허구이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이미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비극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조직은 언제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노린다. 언어도, 제도도, 법도 낯선 이방인들에게 “간단한 일”“큰돈”을 약속하며 다가온다.

“한 번만 하고 끝내자”라는 생각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의 성공은 또 다른 의뢰를 부르고, 또 다른 돈을 부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넘어버리게 된다. 그 순간에는, 더 이상 스스로의 선택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거대한 구조가 몸 위로 덮쳐온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리고 지금 삶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져 위험한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면, 꼭 기억했으면 한다. “빨리, 많이, 쉽게” 벌어들이는 돈에는 항상 그만큼의 대가가 따라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대가는 대부분 돈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앗아간다는 것을.

마약 범죄는 결코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약물을 투약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그 모든 이들의 선택이 수많은 가정과 사회 전체에 상처를 남긴다. 한국에서,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든 마약 관련 범죄는 강력하게 처벌된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처벌 이후 강제 출국과 재입국 금지, 그리고 고국에서조차 평생 따라다니는 낙인이 함께 주어진다.

린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품었던 꿈 자체는 잘못이 아니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다. 잘못된 것은 그 꿈을 이루는 방식이었다. 가장 빠르고 쉬워 보이는 길이, 사실은 가장 깊게 떨어지는 낭떠러지였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을 뿐이다.

혹시 주변에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가 있다면, 혹은 당신 자신이 그런 유혹 앞에 서 있다면, 이 이야기를 떠올리길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 상담 기관, 친구, 가족, 선생님, 동료, 그 누구라도 좋다. 침묵 속에서 혼자 결정해야 하는 문제처럼 보일수록, 사실은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문제일 때가 많다.

어떤 잘못은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 자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출 수 있다. 아직 저지르지 않은 범죄는, 충분히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린이 락커 앞에서 멈췄다면 어땠을까, 호텔 로비에서 뒤돌아 나왔다면 어땠을까, 첫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가 후회 속에서 수없이 반복했을 상상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는 아직 현실이 되기 전의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그 가능성을 지키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국적도, 언어도, 출신도 다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는 방식은 생각보다 닮아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지켜내는 선택 역시, 결국 아주 작은 순간의 결심에서 시작된다.

오늘, 그 결심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의 내일은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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